많은 스타트업들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법과 관점들을 사용합니다. 보통은 long-list를 만들고, 그 중 여러 기준에 따라 추려나가면서 short-list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을 띄게 되는데요, 그 과정에서 시장 을 독과점하는 강력한 플레이어가 있다면 해당 사업 아이템은 보통 제외되는 운명을 많이 맞이합니다. 이는 마치, 네이버가 하면 어떻게 할래? 카카오가 하면 어떻게 할래? 라는 질문과도 (약간은 다르지만) 결이 비슷한 느낌이기도 합니다.
이는 또한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스타트업 관련 격언에서처럼, 처음부터 큰 문제가 아니라 아주 작고 사소한 문제에 집중해서 그것을 먼저 풀고, 그 다음에 이를 눈덩이처럼 불려나가라는 이야기와도 얼핏 보면 비슷해보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할 땐 작지만 날카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그 경쟁의 상대방이 골리앗 같이 큰 회사인지 여부는 다른 문제라고 느껴집니다. 분명히 다른 문제인데도 꽤 많은 사람들은 이를 거칠게 묶어서 비슷한 문제처럼 얘기하는 것이죠.
벤처투자는 언제나 소수 의견에 대한 베팅이고, 다른 사람들이 이미 주목하거나 많은 이들이 얘기하기 시작했을 때에는 소위 말해 알파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짐을 의미합니다. 초과수익의 기본은 정보의 비대칭이자 관점의 상이함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의도적으로 청개구리처럼 사고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사람들이 좋다고 얘기하는 것은 경계하고, 사람들이 별로라거나 관심이 식은 것들에 주목합니다. 대세를 따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를 수 밖에 없는 관성이 사람의 본성에도 가깝다보니 의식적으로 반대 포지션을 취하거나 반대 포지션에서 질문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럼 다시 돌아가보면, 특정 시장에 독과점적인 플레이어가 존재한다는 것은 오히려 매우 큰 기회일 수 있습니다. 특히 독과점적인 플레이어가 있는데 성장률은 다소 떨어지고 이익률이 엄청나다면, 그것이야말로 혁신의 단초가 됩니다. 제프 베조스가 했던 이야기처럼, 당신의 이익률은 나에게 기회가 되니까요.
따라서 저는 개인적으로 큰 시장의 작은 문제를 좋아합니다. 골리앗이 존재하는 시장에서 골리앗의 급소를 찾아 날카롭게 공략하는 계획을 가진 팀을 좋아합니다. 이는 작은 시장의 작은 문제를 푸는 것이나, 골리앗이 아닌 다윗을 찾아 그의 급소를 공략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관점입니다. 시장의 1위 사업자가 너무 쎄보여서 그 시장을 버리고 다른 시장을 찾는다는 접근은 때론 영리한 접근일 수는 있지만, 엄청나게 큰 기회가 되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결국 회사의 크기는 시장의 크기와 경쟁 우위의 곱하기이니까요.
한국 이커머스 시장을 쿠팡과 네이버가 독과점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지금이 다음 세대의 커머스 스타트업이 시작되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뷰티 관련 유통 채널을 올리브영이 독과점하고 있다고들 합니다. 그렇다면 저는 지금이 다음 세대의 뷰티 플랫폼 스타트업이 시작되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웹툰 시장이 사실상 네이버 웹툰의 독점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저는 지금이 다음 세대의 웹툰/웹소설 스타트업이 시작되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달이 차면 기운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영원한 독과점은 없고, 기업가정신의 본질은 혁신입니다. 도저히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큰 회사가 스타트업의 침공을 받아 무너지는 스토리는 생각보다 자주 목격하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각 시장의 가장 크고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레거시 회사를 과감하게 공격하는, 날카로운 스타트업을 더 많이 만나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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