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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포츠의 글로벌 잠재력: 드라마와 팬덤의 힘

작성자 사진: 태원호태원호


K-팝, K-무비, K-드라마, K-뷰티, K-푸드…. K 홍수의 시대입니다. 이 와중에 유독 소외된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스포츠 분야인데요. K-스포츠, 왠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스포츠는 팬으로 완성됩니다. 팬이 없는 스포츠는 그저 운동일 뿐입니다. 팬들이 스포츠에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차적으로는 선수들의 실력이겠지만 이보다 강력한 것은 선수들이 부딪치며 만들어가는 치열한 경쟁과 예측불가능한 드라마일 것입니다. 이를 살짝 비틀어 생각해보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드라마적 세계관만 구축할 수 있다면 어떤 스포츠든 강력한 팬덤을 만들 수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 사례를 볼까요.


UFC : 리얼리티 쇼가 만들어낸 2,000배의 기적

1993년 출범한 UFC는 지나친 폭력성에 따른 비판 여론 속에 2001년 고작 200만 달러에 팔립니다. 새 경영진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The Ultimate Fighter(이하 TUF)>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제작했습니다. 격투기 유망주를 모아 합숙훈련을 시키고 그 과정에서 선수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함으로써 그들을 ‘케이지 안에서 피튀기며 싸우는 짐승’이 아니라 ‘각자의 스토리와 매력이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TUF는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덕분에 UFC는 성공가도를 달리게 되었습니다. 2016년 UFC는 40억 달러에 인수되며 15년 만에 기업가치 2,000배 상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만들어냈습니다.


F1 : 넷플릭스로 새롭게 태어나다

과거의 F1은 ‘즐기기 어려운 스포츠’였습니다. 카레이싱 경기 특성상 차량 바깥 모습밖에 볼 수 없기 때문에 팬들이 선수들에 몰입하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팬 저변 확대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는데요. 하지만 2017년 F1을 인수한 Liberty Media 주도 하에 넷플릭스 시리즈 <F1: 본능의 질주>가 방영되면서 수많은 신규 팬들이 F1으로 유입되었습니다. 레이싱카와 헬멧 속에 감춰져있던 선수 개개인의 매력과 스토리를 널리 알렸기 때문이죠. 덕분에 2017년 18억 달러이던 F1의 수익은 2023년 32억 달러로 6년 만에 80%나 증가하였습니다.


한국은 어떨까요. 레이싱은 아직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어보여서, 격투기만이라도 살펴보면요. 격투기 시장에 엔터 감각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습니다. 2010년 출범한 전통의 강자 Road FC가 군림해오던 시장에 블랙컴뱃이라는 신생 단체가 균열을 내고 있는 상황인데요. 재미있게도 블랙컴뱃의 ‘검정’ 대표는 유튜버 출신입니다. 그만큼 콘텐츠와 드라마 메이킹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선수들에 매력적인 캐릭터와 드라마를 부여하며 단단한 팬층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블랫컴뱃의 흥행 속에 ZFN이라는 또 하나의 신생단체가 등장하며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예상됩니다. 격투기 선수이면서 동시에 엔터 기반도 보유한 ‘코리안 좀비’ 정찬성 선수가 출범한 단체인만큼 또 다른 매력으로 나름의 팬층을 확보해나가리라 생각합니다. 블랫컴뱃은 탄탄한 콘텐츠 메이킹 역량을 기반으로, ZFN은 정찬성 선수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각자가 글로벌 확장도 꾀하고 있어 관심 가지고 지켜볼만합니다.


인구도 적고 자본도 적은 한국이 미국, 유럽 대비 선수 저변 및 인프라 등이 열악할 것임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스포츠 또한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재미있게 만들면 팬이 모이고 돈이 됩니다. 음악, 영화, 드라마 기막히게 만들어서 글로벌로 잘 파는 한국인의 실력이 스포츠 분야에서도 발휘된다면, 한국의 스포츠 역시 글로벌로 뻗어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K-스포츠로 세계를 사로잡을 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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