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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 : 영화 예고편 같이

  • 작성자 사진: 박지웅
    박지웅
  • 2024년 4월 2일
  • 2분 분량


예비창업자 분들이나 초기 스타트업 분들이 VC들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투자 의사결정에 대한 기준일겁니다. 특히, 어떤 곳에는 투자를 하고, 어떤 곳에는 투자를 안하고, 어떤 곳은 높은 가격으로도 투자를 하고, 어떤 곳은 가격을 이유로 투자를 거절하기도 하니까요. 모든 투자건들에 대한 정보를 모으면 나름의 경향성을 가질 수는 있겠습니다만, 사실 이 문제는 전형적으로 답이 없는 문제입니다. 왜냐면, 투자자 마다 다 기준이 다르고, 심지어 그 기준이라는 것도 매우 주관적이고, 케바케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투자사가 젊은 대학생 창업팀에 투자를 하면서 ‘열정적인 실행력이 돋보였다’고 얘기하지만, 또 반대로 어떤 대학생 창업팀에는 투자를 거절하면서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다소 부족해보였다’고 그 이유를 밝히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이라는 것은 체크리스트나 수능 시험 같은 점수가 아니라, 해당 창업팀과의 교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비정형적인 결론이자, 투자를 담당하는 투자사 내 담당자나 파트너들의 확신에 대한 베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투자사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점들이 있습니다. 팀/사람, 시장, 사업, 지표 같은 것들인데요. 이러한 항목들은 대다수의 투자사들이 공통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이지만, 해당 항목들에 대한 각 투자사들의 ‘해석’은 마찬가지로 매우 주관적입니다. 이는 특히 후기 단계의 매출과 지표가 꽤 오랫동안 쌓인 회사들에 대한 평가는 그나마 주관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지만, 초기 스타트업들의 경우 볼 수 있는 숫자 자체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샘플이 부족해서 신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오랫동안 우리가 내리는 투자 의사결정이라는게 어떤 걸까 - 에 대해 스스로도 자문하고, 또 여러 방식으로 설명해보려고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 결과 저희 패스트벤처스는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 과정이 영화 예고편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창업팀이 오셔서 설명해주는 미래의 사업계획, 그 중 실현된 것은 극히 일부인, 그 이야기를 듣고, 교류하면서 판단을 내립니다. 특정 스타트업의 앞으로 펼쳐질 긴 여정이 마치 영화 본편과도 같다고 생각하는데요. 많은 분들께서 느끼시는 것처럼, 우리가 영화 예고편을 보고 나서 어떤 것은 본편이 궁금해져서 실제 돈을 지불하고 본편을 관람하고, 어떤 것은 크게 흥미가 느껴지지 않아서 돈을 지불하지 않고 본편도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예고편을 보면, 본편을 보고 싶어지는 이유는 다 제각각입니다. 어떤 영화는 유명한 감독이 연출하거나 배우가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 예고편이 다소 재미는 떨어지더라도 신뢰를 가지고 본편을 결제하고, 또 어떤 영화는 유명 배우가 출연하지 않는데도 얘기가 너무 탄탄해서 궁금증이 커져서 본편을 결제하기도 합니다. 즉,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예고편을 보고 나면 대략 마음 속에 Yes / No가 대략 결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입니다. 


창업팀과 교류하는 짧은 시간과 창업자가 얘기해주는 본인 회사의 사업계획을 우리가 듣고나서, 그 사업의 남은 여정이 몹시 궁금해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저희는 보통 그렇게 되면 투자를 해봐야겠다고 느낍니다. 반면, 창업자가 얘기해준 일종의 스토리를 듣고 나니까, 상대적으로 그 회사의 남은 여정에 대한 궁금증이 크지 않다면 보통 투자를 하긴 어렵겠다고 느끼게 됩니다. 예고편을 통해 본편을 결제해야겠다는 그 결제금액이 저희에겐 투자자로서 투자하는 투자금입니다. 실제 영화를 끝까지 보게 되면 애초에 기대했던 것처럼 재밌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물론 생깁니다. 다만 적어도 본편을 결제해야 하는 그 시점으로 돌아갔을 때에는, 교류 과정과 사업계획이라는 스토리를 통해 대략적으로 마음이 먼저 결정되고, 그 다음 그 이유가 무엇일지를 역으로 분해해서 다시 고민하는 과정이 저희가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 과정과 매우 비슷합니다. 때론 감독이, 때론 배우가, 때론 스토리가, 때론 미장센이… 이유는 다르고 조합과 비중도 다르지만 결론은 자연스럽게 내려지는 이 비정형적인 과정이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이라고 저희는 생각하고, 저희와 만나는 많은 분들도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너무 느낌따라 막 결정하는거 아니냐 - 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러 고민과 자료를 함께 검토함에도 불구하고 주관적이고 비정형성을 띈 의사결정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네요. 그래서 참 고민이 많이 되는 일이지만, 또 그래서 재미도 있습니다 :) 오늘도 재밌는 다음 영화를 만날 수 있을거란 기대를 갖고, 또 많은 창업팀을 찾아뵙고 교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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