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심사역 세 명이 퇴사하고 쿼타랩이라는 회사를 창업한다는 얘기를 듣고, 어떤 아이템일지 궁금하여 만나보았다. 쿼타랩은, 본인들이 VC 일을 하면서 직접 몸소 겪었던 문제, 그리고 직접 성장을 관찰한 비상장 주식시장에서의 기회를 타겟하고 있었다.
쿼타랩이 운영중인 쿼타북이라는 서비스는 VC, 스타트업, 그리고 LP들이 사용할 수 있는 쿼타북이라는 주주명부/증권관리 서비스이다. 스타트업은 많아지고 스타트업들에 투자도 활발해짐에 따라 주주명부는 더욱 복잡해질 수 밖에 없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 및 공유하고, 더 나아가 증권 변동 이력, 스톡옵션 관리, 주주총회 관련 처리까지 가능한 플랫폼이다.
국내 스타트업들과 VC들을 타겟하는 SaaS 회사인 셈인데, 패스트벤처스는 국내 SaaS 회사들은 다소 보수적으로 보고 있던 터라, 어쩌면 IR 자료의 마지막 장표에 이 메세지가 없었더라면 투자를 집행하지 못하였을 수도 있을 것 같다.
“End Goal – 증권 관련 오퍼레이션들을 모두 담을 수 있는 척추를 만들고, 모든 비상장 주식의 저장소 및 거래소가 되겠다”
미국에서도 주주명부 관리 SaaS 사업을 하는 ‘Carta’라는 회사는, 2019년 5월 기준으로 새로운 유니콘으로 등극하였고, 해당 라운드에서 유치한 $300 million을 ‘Carta X’라는 비상장 주식 거래소를 구축하는 데에 집중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쿼타랩은 한국의 Carta를 만들고 나서, 한국의 Carta X가 되고 싶어했다.
그렇다면, 아래 세 가지 질문들이 중요해진다 :
(1) 비상장 주식 거래 시장은 매력적인 시장인가?
경기는 안 좋고, 금리는 계속 떨어지고, 코스닥 시총도 제자리걸음인 반면에, 창업은 늘어나고, VC의 수와 AUM도 모두 늘어나면서, 비상장 주식 거래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었고, 그 규모는 2018년 6조 원에서, 2020년에 10조를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었다. 게다가 38커뮤니케이션 같은 장외사설 사이트 등 음지에서 거래되던 시장이, 두나무의 증권플러스 비상장, 판교거래소, 엔젤리그 같은 플랫폼들을 통해 양지화가 되기도 하면서, 새로운 시장이 더 크게 열리고 있는 상황으로 보여진다.
(2) 증권 관리 솔루션을 깔아두는게 비상장주식 거래소에 unfair advantage가 될 수 있을까?
쿼타랩은 초기에는 쿼타북 서비스를 통해 최대한 많은 스타트업과 VC등을 묶어나가면서, 궁극적으로는 국내에서 비상장 주식에 대한 가장 많은 DB와 압도적인 구주 물량을 가진 회사가 되고 싶어한다. 특정 회사에서 발행된 증권들의 종류와 수, 계약 조건, 가격 변동 내역, 그리고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구조를 쿼타랩은 꿈꾼다. 현재 비상장 주식 거래소의 물량들은 빙산의 일각이며,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은 물량들을 거래시키는 것이 핵심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히 누가 얼마를 가지고 있는지와 그들이 누구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와 주식을 발행한 회사들의 동의가 전제 되었을 때의 일이다)
(3) 그렇다면 쿼타랩은 솔루션을 많이 깔아둘 수 있을까?
a. 스타트업과 VC 네트워크는 상당히 좁고 폐쇄적이다. 소문도 빠르고, 한 다리만 건너면 어지간하면 연결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VC 심사역 출신 3명이 쿼타랩의 코파운더라는 점이 여기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b. 추가로, 쿼타북이라는 서비스는 innate virality와 network effect가 존재한다. 시드 투자를 받은 초기 스타트업이 Quotabook의 솔루션을 쓰게 된다면, 다음 단계 투자 유치시 후속 단계의 투자사들이 onboarding 될 수 있고, 반대로 특정 투자사가 Quotabook의 고객사라면, 해당 회사가 투자하게 되는 스타트업에게 Quotabook을 쓰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c. 마지막으로, 쿼타랩은 꽤 오랫동안 솔루션을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SaaS 매출이 주 수입원이 아니며, 더 큰 사업을 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년 내에 대다수의 vc와 스타트업들이 쿼타랩의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과, 그랬을 때 쿼타랩이 할 수 있는 멋진 일들을 기대하고 응원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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