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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김경영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는 것


창업가 출신의 투자심사역. 제 부족함을 채우고 싶어 심사역의 길을 택했습니다. 어느 순간 초심을 잃고 나이브해지지 않기 위해서 겪은 경험들을 글로 남겨놓으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 좋은 창업가야?

처음 심사역이 되고 가장 먼저 했던 고민은 '어떤 사람이 훌륭한 창업가인가' 입니다. 저희 회사는 초기 투자를 하는 VC 이다보니, 아이템이 없는 상태에서 창업가와 만나는 경우도 많아 사람에 대한 관점이 투자 과정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저는 사람에 대한 관점이 없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저희 회사 대표님께서 과제를 하나 내주셨습니다. "2주 동안 100명의 창업가를 만나고, 좋은 창업가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팀에 공유하기."

말이 100팀이지 하루에도 8~9팀을 만나야 하는 빡센(?) 스케줄 속에서, 그 당시 저는 아닌 팀은 알겠는데, 어떤 팀이 맞는지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너무나도 다양한 스타일의 창업팀과 대표님들을 만나며 이팀 저 팀이 다 좋아 보이는 일종의 'Bar'가 낮은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평소 가깝게 지내던 대표님들과의 만남을 통해, 좋은 대표에 대한 두 가지 공통점을 찾았습니다.


  • 사업에 대한 진정성

  • 어려울 때 믿음을 주는 리더십


이 두 가지는 제가 창업을 했을 당시에도 저희에게 투자해주신 대표님께 귀가 닳도록 배웠던 경영 철학이기에, 제 나름대로 회사 멤버들에게 발표할 자신감이 있는 콘텐츠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받은 피드백은 그동안의 저의 생각에는 반하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성격은 개판인데, 말을 너무 잘해서 좋은 사람을 끊임없이 데려오는 대표가 있다면 우리는 투자를 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 좋은 투자 대상
지금 말하는 인간상은 일종의 휴먼다큐에 나올 법한 사람의 모습 아닌가? 이익을 추구하는 우리 본질에 맞닿아 있는 인간상인가?
심사역(필자)의 주위 사람들이 이러한 사람들이어서 본인이 좋다고 느끼는 것 아닌가?

저에게는 이 피드백들이 굉장히 충격적이었는데, 저의 철학 근본을 반대당한 느낌이라 더욱 그랬습니다. 무언가 절반의 숙제와 절반의 오기가 생겨, 이후 대략 2주 정도의 시간을 저희 회사 대표님께서 말씀하시는 좋은 팀 찾는 여정으로 보냈습니다.


운명의 팀, 팀닷츠


심사역으로서 저의 가설 중 하나는 '많은 팀을 만나다 보면 좋은 팀을 만나게 된다'였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저는 하루에 최소 5~6개 팀을 만나고 다녔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소 거리가 있는 곳에 위치한 팀들은 화상 미팅으로 만나곤 했습니다.


운명적인 그날도 3시, 4시, 5시 그리고 9시까지 연달아 미팅이 있어, 팀닷츠의 두 분 대표님을 화상으로 뵈었고 기계적인 스탠스로 미팅에 들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첫눈에 반한다는 것이 이런 감정일까요? 화상으로 만난 1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로 그들의 스토리가 정말 재밌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 번 더 용기를 내었습니다.



"대표님, 저 지금 너무 재밌는데, 제가 바로 다른 미팅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실례인 줄은 알지만 오늘 밤에 미팅 끝나고 한 번 사무실로 찾아뵈어도 될까요?"



어떤 점에 반했나


생각해보면 "학교를 세우려고 학교를 나왔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한 공고에서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이템과 시장에 대한 관점도 거의 없을 시기라, 사람들이 풍기는 매력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 처음에 매력을 느꼈던 포인트는 1) 6년 간 초등학교 교사를 하신 한 분, 2) 국내 대표 교육 스타트업에서 신사업부를 총괄하신 한 분의 공동대표 조합

  • 가장 좋았던 포인트는 두 분을 보고 아이템 론칭 전임에도 좋은 인재들이 끊임없이 조인하고 있다는 점, 급여와 계약기간이 보장되지 않았음에도..

  • 개인의 교육/사업 운영 경험을 토대로 팀을 어떤 방향과 모습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목표점이 뚜렷했다는 점

  • 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명확히 알고,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납득이 되는 점

  • 그리고 그 포인트들이 두 분의 계속된 토론 과정에서 도출되었고, 그 과정에서 둘의 팀워크와 관계가 깊어진 점


너무나도 그 팀을 꼬시고(?) 싶어서 메일을 한 통 보냈습니다.


팀닷츠 공동 대표님께 박인엽 심사역이 직접 보낸 이메일 일부 캡처.


회사 내에 팀닷츠 소개하기, 그리고 첫 투자


심사역이 할 일중 가장 비중이 큰일이 좋은 팀을 소싱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팀닷츠를 저희 팀 내부에 소개하는 일은 그 근래에 가장 긴장되는 일이었습니다. 사실 팀닷츠는 아직 아이템이 세상에 나오지 않은 팀 세팅만 된 팀이었고, 저의 사람에 대한 뷰에 적나라한 피드백을 받은 직후였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IR 직후에 참석하신 대부분의 분들께서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말로 치환될 코멘트를 해주셨습니다. 팀닷츠 대표님의 창업하신 스토리, 본인이 교사 재직 시절 느꼈던 페인 포인트, 시장을 바라보는 뷰,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명확한 비전, 그리고 그 말씀을 전하는 날것의 떨림이 잘 전해진 것 같습니다. 이후 약간의 밸류에 대한 논의, 투자 조건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큰 잡음 없이 무사히 첫 투자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는 것


사실 겨우 한 번의 투자를 하고 좋은 사람을 논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지만, 그간의 고민의 결과물을 적으면 결국 아래와 같지 않을까 합니다.


1. 시장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2. 뚜렷하고 뾰족한 전략/가설을 세운 후
3. 누구보다 빠르고 스케일러블 하게 실행할 수 있는
4.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모습을 믿어줄 수 있는 사람을 끊임없이 모셔올 수 있는 사람

팀닷츠의 경우에는 아마도 1/2/4에 해당되는 유형이었고, 아이템 론칭 이후에는 3번 역시 보여주실 거라 믿고 있습니다.


마무리로, 아마 이 문제는 제가 심사역의 커리어를 마무리 지을 때까지 계속 안고 가야 할 문제일 것 같습니다. 많은 선배 심사역들께서 결국 사람과 시장을 보고 투자한다고 하시는데, 누구도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또 답이 있으면 투자라는 행위 자체가 재미없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보셨거나,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창업가/투자가 할 것 없이 얘기 나눠보고 싶습니다. 답이 없는 일이지만 답을 찾는 과정 자체는 매우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첫 포스팅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신생아 심사역으로서 당연히 알맹이 없는 첫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성장할 미래를 위한 첫 기준점이라 생각해주시고, 개인적으로 뿌듯했던 경험을 귀엽게 읽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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