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현
부동산 개발회사도 스타트업이 될 수 있을까? ㅣ 하우올리
모든 회사가 ‘스타트업’이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타트업’과 스타트업이 아닌 회사를 구분 짓는 명확한 구분과 정의도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VC들은 소위 좋은 ‘스타트업’들을 발굴하고 투자를 하려고 한다는데, 도대체 어떤 회사를 ‘스타트업’으로 바라보아야 할까요?

패스트벤처스가 2020년 초에 투자한 ‘하우올리’라는 회사는 중소형 부동산 전문 종합부동산회사를 지향합니다. 우리 주변의 원룸과 빌라, 꼬마빌딩과 상가주택 같은 중소형 규모의 건물들을 개발부터 시공, 중개, 임대관리까지 커버하며 이를 IT 기술을 바탕으로 효율화 해나가고자 합니다. 투자 업계 경력도 오래되지 않았기도 했지만, 모바일 서비스들과 B2C 회사들을 주로 만나오던 저에게는 너무나 낯선 비즈니스이자 낯선 회사였습니다. ‘과연 이 회사에 투자를 할 수 있을까?’, ‘하우올리라는 회사는 스타트업이라고 볼 수 있을까?’ 등의 고민들을 진행하면서, ‘그런데 도대체 스타트업이란 뭘까?’에 대해서까지 생각이 전개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에 당시에 정리했던, 제가 생각하는 ‘스타트업’의 3가지 속성을 기반으로, 하우올리라는 회사에 대입하여 과연 하우올리 같은 부동산 개발회사도 스타트업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1) 큰 시장에서 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회사인가?
하우올리가 목표로 하는 1차 타겟은 중소형 부동산 중 다세대주택, 도시형생활주택 등과 같은 중소형 주택입니다. 2018년 수도권 기준 연간 약 15,000건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는데, 이를 시장 규모로 환산하면 부동산개발/PM 영역, 건축시공 영역, 분양/중개 영역, 임대관리 영역 등 총 60조 원의 규모로 매우 큰 시장입니다.
해당 시장에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단순하게 표현하면, 주택이라는 ‘상품’의 퀄리티가 높지 않다라는 것입니다. PM, 설계, 시공부터 임대관리까지 Value Chain상 각 단계가 분절되어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공정 과정에서의 QC가 어렵고, 제품의 하자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가격은 부풀려지고, 정작 최종 상품은 깔끔하지 못하고 잔고장이 많은 상황입니다. 마치, 신발이라는 제품을 만들고 파는 과정을 예로 들면, 원자재를 만들어 파는 회사, 제품을 기획하는 회사, 디자인 하는 회사, 만드는 회사, 파는 회사 모두 따로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죠.
2) 시장을 혁신할 무기를 가지고 있는 회사인가?
하우올리는 위에서 언급된 시장 문제를 Value Chain의 수직계열화, 즉, 부동산개발/PM, 설계/인테리어, 건축시공, 분양/중개, 임대관리 등의 전과정을 통합하여 건축주와 임차인 모두에게 표준화된 퀄리티 높은 상품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더 나아가 IT 기술을 통해 각 영역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통합화 해 나가며 기존 산업에서의 플레이어들 대비 경쟁력을 지니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 언제나 그렇듯 ‘How’가 가장 중요하겠지요.
하우올리는 여기에 대한 답변으로 무슨 대단한 기술력이나, 특허나, 굉장히 참신한 전략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해당 시장에서의 경험/경력이라고 해봤자 채 2-3년이 되지 않은 인력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하우올리의 답변은 ‘그냥 더 열심히, 잘 하겠다’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그 기저에서 느껴지는 고민과 무게감은 결코 순진하거나 가볍지 않았습니다. 하우올리는 우선 무엇을 잘해야 하는 지에 대해 정의를 하였고 ((i) 자본 조달을 잘 하고, (ii) 좋은 땅을 잘 골라서, (iii) 집을 잘 짓고, (iv) 잘 판다), 각각에 대해서 중요 요소를 정의하고, 각각을 잘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모니터링하고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을 설정하고, 각각을 잘 하기 위한 팀의 업무구조와 인재상에 대한 고민을 매우 깊게 하고 있었습니다. 부동산 개발과 건설 시장이 유독 Operation-heavy한 시장이여서 더 그렇기도 했지만, ‘잘 하겠다’라는 담백한 메세지가 저에게 주는 울림은 매우 컸습니다. 참고로, 하우올리팀의 생각과 방향들은 회사 블로그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링크
3)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회사인가?
‘다 좋은데 집을 짓고 파는 회사라니, 이런 회사가 과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가 가장 고민이 되는 지점이었습니다. Scalable한 사업이란, 여러 정의가 있겠지만, 보통 들어가는 단위당 리소스가 시간에 지남에 따라 점차 낮아지는 것을 이야기 하는데, 집을 짓고 파는데에 들어가는 비용은 아무리 규모가 커져도 크게 낮아질 것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패스트벤처스는 다음의 시나리오라면, Scalable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베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
시장에서 B2B (건축주/임대인)와 B2C (임차인) 고객 양쪽에게 표준화된 퀄리티 높은 상품을 제공한다
하우올리가 중소형 주택 나아가 중소형 부동산 시장에서 최초로 유의미한 ‘브랜드’가 된다
B2C (임차인) 고객의 하우올리 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
동시에 B2B (건축주/임대인) 들에게 하우올리의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
자체 자본 조달을 통하지 않더라도, Inbound 외부 건축주 발주 요청이 증가하게 된다
외형 성장을 통해 다시 자체 자본 조달 여력을 키우고 (leverage) 규모를 더 키워 나간다
저희 패스트벤처스는 겉으로 보기에 트렌디하고 화려한 시장이 아니어도 오래된 시장에서 직접 손에 흙을 묻히는 창업가에게도 투자를 하고, 대단한 기술이나 멋진 차별화 포인트가 없더라도 그냥 ‘더 잘하겠다’라는 담백한 메세지에 투자를 하기도 합니다.
결국 패스트벤처스는, 하우올리가 훌륭한 스타트업이라는 생각과 믿음을 가지고 투자를 하게 되었습니다. 꽤나 많은 VC들은 해당 시점에 하우올리를 검토하고 투자를 하기 어려울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때문에 하우올리 투자 건은 저희 패스트벤처스의 아이덴티티와 색채를 잘 드러내는 투자 사례이기도 하고, 그만큼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면 좋겠다는 바람이 유독 강한 회사이기도 합니다.